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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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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전할 수 있어도, 지혜는 전할 수 없다네. 지혜란 찾아낼 수 있고 체험할 수도 있으며, 그것을 따를 수도 있고, 그것으로 기적을 행할 수도 있지. 그러나 말로 표현하거나 가르칠 수는 없는 법이네." -- 《싯다르타》. 문학동네. p.164

《싯다르타: 인도의 시문학》은 동양 사상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던 헤르만 헤세가 1922년 발표한 종교소설이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서 제1계급에 속하는 성직자 계급의 아들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출가, 이후 먼저 해탈에 경지에 오른 불교 창시자 석가모니를 만나 그의 깨달음에 균열이 있음을 인지한다. 이후 수행이 아닌 다양한 인생 경험을 거쳐 깨달음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제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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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만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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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의 그늘진 곳에서, 나룻배들이 떠 있는 강가의 햇살 속에서, 사라수 숲의 응달에서, 보리수 그늘 아래서, 브라만의 수려한 아들이자 어린 매 같은 싯다르타는 역시 브라만의 아들인 친구 고빈다와 함께 자랐다.
    • 《싯다르타》. 문학동네. p.11


  • 싯다르타의 마음에서 불만의 싹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중략) 신들에게 제사를 드리고 그들을 부르는 것은 훌륭한 일이었다-하지만 그것이 전부란 말인가? 제사를 드리는 일이 행복을 가져다주는가? 그게 신들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세계를 창조한 이가 정말 프라야파티일까? 유일자이자 단독자인 아트만이 세계를 창조한 것은 아닐까? 신들도 너와 나처럼 시간에 예속된 존재, 무상한 피조물이 아닐까? 그렇다면 과연 신들에게 제사를 드리는 일이 훌륭하고 올바르고 의미 있고 최상의 가치를 지닌 행위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럼 그분, 유일자인 아트만 외에 대체 어떤 존재에게 제사를 드리고 경배를 올려야 한다는 말인가? 아트만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그분은 어디에 있는가? 그분의 영원한 심장이 각자의 자아, 모든 사람의 내면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불멸의 핵에서 고동치는 것이 아니라면, 대체 어디에서 고동친다는 말인가? 이 자아, 가장 내적인 부분, 가장 궁극적인 부분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
    • 《싯다르타》. 문학동네. pp.14~15


  • 싯다르타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의 허락을 받고자 합니다. 내일 아버지의 집을 떠나, 고행자 무리로 간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사문이 되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부디 아버지께서 반대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 《싯다르타》. 문학동네. p.19


  • "너는 숲으로 들어가 사문이 되도록 해라." 아버지가 말했다. "숲속에서 네가 참된 행복을 얻는다면, 돌아와 내게도 그 행복을 가르쳐다오. 만약 네가 환멸을 느끼게 된다면, 다시 돌아와 나와 함께 신들에게 제물을 올리도록 하자꾸나. 이제 가서 어머니께 작별의 입맞춤을 하고 네가 어디로 가려는지 말씀드려라. 나는 이제 강에 나가 첫 목욕재계를 해야겠구나"
    • 《싯다르타》. 문학동네. p.22

사문들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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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것이 거짓이었고, 모든 것이 악취를, 거짓의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의미와 행복, 아름다움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고 있었고,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실은 부패해 있었다. 세상은 쓴맛이었다. 삶은 고통이었다.
    • 《싯다르타》. 문학동네. p.24


  • 싯다르타에게는 하나의 목표, 오로지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비우는 것, 갈증을 비우고, 소망을 비우고, 꿈을 비우고, 기쁨이나 고통을 비우는 것이었다. 자아를 죽이는 것, 자아로부터 벗어나는 것, 마음을 비운 상태로 안식을 얻는 것, 자아를 초월하는 묵상을 하면서 경이의 세계를 접하는 것, 그것이 바로 그의 목표였다. 일체의 자아가 극복되고 소멸될 때, 마음속의 모든 욕망과 충동이 침묵할 때, 그때 비로소 가장 궁극적인 부분, 자아를 초탈한 존재의 가장 심오한 부분, 그 위대한 비밀이 깨어날 것이었다.
    • 《싯다르타》. 문학동네. p.24


  • 싯다르타는 수천 번 자아로부터 도망쳐 무의 세계에 머무르기도 하고 짐승이나 돌 속에 머물러보기도 했지만, 자아로 돌아오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햇빛 속에서나 달빛 속에서, 그늘에서 또는 빗속에서 다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다시 자신이, 싯다르타가 되어 자신에게 부과된 윤회의 고통을 다시 느끼게 되는 그 시간에서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 《싯다르타》. 문학동네. p.26

고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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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지만 지식을 갈구하는 그대여, 무성한 의견을, 언쟁을 경계하십시오. 중요한 것은 의견이 아닙니다. 의견은 아름다울 수도 있고 추할 수도 있으며, 현명할 수도 있고 어리석을 수도 있습니다. 누구든 그것을 따를 수 있고 배척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대가 나한테서 들은 가르침은 하나의 의견이 아니고, 가르침의 목적은 지식을 갈구하는 이들에게 세상을 설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가르침의 목적은 다른 데 있습니다. 바로 번뇌로부터 해탈하는 것입니다."
    • 《싯다르타》. 문학동네. p.46. 고타마가 싯다르타에게 전하는 말.


  • 부처는 내게서 무언가를 앗아갔다. 싯다르타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내게서 무언가 앗아갔지만 그 이상의 것을 선사해주었지. 그는 나의 친구를 앗아갔다. 그 친구는 한때 나를 믿었으나 이제는 그분을 믿게 되었고, 한때 나의 그림자였으나 이제는 고타마의 그림자가 되었지. 하지만 그분은 내게 싯다르타를, 즉 나 자신을 선사해주었어.
    • 《싯다르타》. 문학동네. p.49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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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자아의 의미와 본질을 배우려 했던 거야. 나는 다름 아닌 자아로부터 벗어나고자 했고, 그 자아를 극복하고자 했다. 하지만 자아를 극복할 수는 없었지. 다만 기만할 수 있었을 뿐이고, 자아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을 뿐이며, 자아를 피해 숨을 수 있었을 뿐이다.'
    • 《싯다르타》. 문학동네. p.51


  • 문득 분명하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 스스로를 진실로 방금 눈뜬 자이자 새로 태어난 자라고 한다면, 자신의 삶을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싯다르타》. 문학동네. p.54

제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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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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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싯다르타는 길을 가면서 기원정사에서 겪었던 모든 일, 그곳에서 들었던 가르침, 신적인 부처, 고빈다와의 작별, 세존과의 대화를 떠올려 보았다. 그는 자신이 세존에게 했던 말도 다시금 하나하나 떠올려보았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때는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던 말들을 했음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 《싯다르타》. 문학동네. p.63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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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같은 부류의 인간들은 아마 사랑이라는 것을 할 수 없을 겁니다.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은 사랑을 할 수 있지요. 그게 바로 그들이 가진 비밀이에요."
    • 《싯다르타》. 문학동네. p.92. 카말라에게 싯다르타가 전하는 말.

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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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앞에 하나의 길이 놓여 있다. 너는 그 길을 가도록 부름을 받았고, 신들이 너를 기다리고 계신다."
    • 《싯다르타》. 문학동네. p.101. 싯다르타의 마음 속에 울린 소리.

강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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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로 그 순간 그의 영혼의 외진 구석에서, 지금은 피곤에 지친 그의 삶의 아득한 과거로부터 어떤 소리가 전율하며 울려왔다. 단 한 마디, 한 음절에 불과한 울림이었다. 싯다르타는 무심코 그 말을 웅얼거리며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것은 예로부터 브라만들이 모든 기도의 시작과 끝에 사용하는 말, '완전한 것' 또는 '완성'을 의미하는 성스러운 '옴'이었다. '옴'이라는 소리가 싯다르타의 귓전에 울리는 순간, 잠들어 있던 그의 정신이 갑자기 깨어났고 그가 지금 하려는 행동이 어리석은 짓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 《싯다르타》. 문학동네. p.107

뱃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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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여, 이 강은 아주 많은 소리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닐지요? 왕의 소리, 전사의 소리, 황소의 소리, 밤새의 소리, 아이를 낳는 여인의 소리, 탄식하는 사람의 소리, 그 밖에도 수천 가지 소리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닐지요?"
    • 《싯다르타》. 문학동네. p.128. 바수데바가 싯다르타에게 전하는 말.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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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아들은, 사랑하는 친구여, 당신에게뿐만 아니라 내게도 걱정을 끼치고 있습니다. 저 어린 새는 이곳과는 다른 생활, 다른 보금자리에 익숙해요. 저 아이는 당신처럼 구역질나고 질린 나머지 부와 도시로부터 도망쳐온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제로 그 모든 것에서 떠나오게 됐지요."
    • 《싯다르타》. 문학동네. p.139. 바수데바가 싯다르타에게 전하는 말.


  • "물은 물과 어울리고, 청춘은 청춘끼리 어울리는 법인데, 당신의 아들은 지금 마음껏 자라날 수 있는 곳에 있지 않습니다."
    • 《싯다르타》. 문학동네. p.139. 바수데바가 싯다르타에게 전하는 말.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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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싯다르타의 내면에서는 대체 지혜가 진정 무엇인지, 자신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목표가 무엇인지에 관한 깨달음과 인식이 서서히 피어나고 서서히 무르익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매 순간마다, 삶의 한가운데서 단일성의 사상을 생각하고 단일성을 느끼고 내면으로 흡입할 수 있는 영혼의 자세, 그런 능력, 그런 비밀스러운 기술이었다.
    • 《싯다르타》. 문학동네. p.152


  • 그들은 귀를 기울였다. 다채로운 소리가 어우러진 강물의 노랫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싯다르타는 강물을 들여다보았고, 흘러가는 물결 속에는 여러 형상이 떠올랐다. 아들 때문에 슬퍼하는 외로운 아버지가 떠올랐고, 멀리 떠나간 아들을 향한 그리움의 끈에 묶여 있는 외로운 자기 자신도 떠올랐다. 젊은 열망에 사로잡혀 미친듯이 자신의 길을 달려가고 있는 아들 또한 외로운 모습으로 떠올랐다. 모두가 자신의 목표를 향하고 있고, 모두가 자신의 목표에 사로잡혀 있으며, 모두가 고통을 겪고 있었다.
    • 《싯다르타》. 문학동네. p.156


  • 강물은 목표를 향해 계속 흘렀고, 싯다르타는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 이제껏 살아오면서 만났던 모든 사람으로 이루어진 강물이 서둘러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모든 물결은 고통스러워하며 제각기 여러 목표를 향해, 폭포를 향해, 호수를 향해, 여울을 향해, 바다를 향해 급히 흘러갔고 모두가 나름대로 목적지에 도달하고 나면 새로운 목적지가 나타났다. 강물은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가 비가 되어 다시 하늘에서 떨어지고, 샘이 되고, 시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어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또다시 흘러갔다.
    • 《싯다르타》. 문학동네. p.157


  •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지고, 모든 소리, 모든 목표, 모든 동경, 모든 고통, 모든 쾌락, 모든 선과 악, 그 모든 것이 모여 이 세상을 이루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모여 사건의 강을 이루었고, 삶의 음악을 이루었다.
    • 《싯다르타》. 문학동네. p.157


  • 그 순간 싯다르타는 자신의 운명과 싸우는 일을 단념했고, 번민하는 일도 그만두었다. 그의 얼굴에서는 어떤 의지도 거역할 수 없는 깨달음, 완성을 아는 깨달음에서 생겨난 명랑함이 흘러나왔다. 사건의 강, 삶의 흐름과 하나가 되고, 다른 사람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 느끼며, 강물에 자신을 내주고 단일성에 속하게 되는 그런 깨달음이었다.
    • 《싯다르타》. 문학동네. p.158

고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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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싯다르타가 말했다. "당신 같은 고승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해드릴 수 있겠습니까? 어쩌면 당신은 깨달음을 구하는 데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은 아닐까요? 구도에 너무 전념한 나머지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요?"
    • 《싯다르타》. 문학동네. p.161


  • "지식은 전할 수 있어도, 지혜는 전할 수 없다네. 지혜란 찾아낼 수 있고 체험할 수도 있으며, 그것을 따를 수도 있고, 그것으로 기적을 행할 수도 있지. 그러나 말로 표현하거나 가르칠 수는 없는 법이네."
    • 《싯다르타》. 문학동네. p.164


  • 고빈다의 눈에 친구 싯다르타의 얼굴이 더이상 보이지 않고, 대신 다른 사람들의 얼굴,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길게 열을 지어 나타났다. 수백, 수천의 얼굴은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이루며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졌지만, 모든 얼굴이 동시에 거기 현존하는 것처럼 보였고, 모든 얼굴이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으며, 그 모든 얼굴은 싯다르타의 얼굴이었다.
    • 《싯다르타》. 문학동네. pp.172~173


  • 그리고 그 모든 것 위에는 항상 무엇인가 얇은 것, 실체는 없지만 현존하는 무언가가 마치 유리나 살얼음처럼, 혹은 투명한 막처럼, 마치 물로 된 껍질이나 표면 또는 가면처럼 덮여 있었다. 그 가면은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바로 싯다르타의 미소 짓는 얼굴, 고빈다 자신이 지금 이 순간 입맞춤하고 있는 싯다르타의 미소 짓는 얼굴이었다.
    • 《싯다르타》. 문학동네. p.174


  • 그는 꼼짝하지 않고 미소만 머금은 채 앉아 있는 이에게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깊숙이 몸을 숙여 인사했는데, 싯다르타의 미소는 고빈다 자신이 평생 동안 사랑했던 모든 것, 그의 삶에서 가치 있고 신성했던 모든 것을 떠오르게 했다.
    • 《싯다르타》. 문학동네. p.175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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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르만 헤세. 권혁준 번역. (2025). 《싯다르타》. 문학동네. ISBN 9788954654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