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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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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무모순이 용납하는 어떤 정의도 허락합니다."

허준이(June Huh)는 한국계 미국인 수학자이다. 프린스턴 대학교 수학과 교수 및 한국과학기술원 부설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22년 필즈상과 맥아더 펠로십을 수상하였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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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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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7일. 20대에 이미 세계정상급 수학자…어릴땐 구구단도 못외운 수포자

  • Q: 평범하던 학생이 현재 위치에 올랐다는 사실을 일반 독자는 믿기 어려울 텐데.
A: 길을 찾기까지 오래 걸린 늦깎이다. 아버지께 어린 시절 딱 한번 크게 혼났는데 하필 이유가 수학 때문이었다(웃음). 통계학자이신 아버지(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께서 내게 문제집 숙제를 내주셨다.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 해답지를 보고 베꼈다. 그걸 알게 되신 아버지께서 해답지를 뜯으셨는데, 굴하지 않고 서점에 가서 같은 문제집을 찾아내 또 베꼈다. 그게 또 걸렸다. 어머니(이인영 전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께서도 알파벳 가르치다가 포기하셨다고 한다. 그만큼 평범했다(웃음).


  • Q: '날것의 수학'이란 뭘까.
A: 히로나카 교수님의 필즈상 업적은 '특이점 해소'였다. 특이점 해소의 가장 중요한 케이스를 커버하긴 했지만 '가능한 가장 좋은' 결과는 아니었다. 교수님은 30여년 전의 본인 스스로를 뛰어넘는 결과를 내려 연구하시던 시기였다. 그래서 본인의 전날밤 연구를 학생들과 공유하셨다. 수학과 학생은 보통 200년 전 학자들이 하던 수학을 재구성(refine)하는 강의를 듣는다. 따라서 수학과의 대학생이 배우는 강의는 '대리석처럼 매끈해진' 수학이다. 그러나 교수님의 수학은 '날것'이었다. 비전공자이긴 해도 '날것을 구경이나 하자'는 심정이었다.


  • Q: 수학은 창조일까, 발견일까.
A: 만약 한 수학자가 새 논문을 발표해 전혀 새로운 이론이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그 이론은 특정한 인간이 창조한 것인가, 아니면 발견한 것인가. 인간은 과연 그걸 구분할 수 있을까. 다른 분야와 달리 수학은 그 경계를 엄밀하게 나누기 어렵다. 수학에서는 '이거다'라고 말하기 모호한 일들이 많다. 창조와 발견을 가를 수 없는 저 모호성이 수학의 매력이라고도 생각한다. 연구를 시작하며 첫 명제를 쓸 때는 마지막 명제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 그 어떤 수학자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를 다 풀고 이론을 만들고 난 뒤 다른 이론과 잘 어울리는가를 판단해보면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전체적인 통일성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때가 있다. 그런 아름다움 속에서는 신이나 절대적인 어떤 존재의 솜씨를 의심하게 된다. 어떤 절대적인 사유의 대상이 있고 그걸 인류가 조금씩 발견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인간은 영원히 모르겠지만 말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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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1일. “인생도, 수학도 성급히 결론 내지 마세요”

  • Q: 어렸을 때 시인을 꿈꿨다던데요?
A: 중고등학교 때 시에 빠졌어요. 특히 기형도 시인의 작품을 좋아했죠. 시를 읽으면 일상 대화에선 느낄 수 없는 다른 종류의 소통을 느낄 수 있었어요. 시적 표현이 모호해서 저자가 의도한 바를 명확히 알기 힘들었지만, 그것 때문에 오히려 깊은 유대와 공감대를 갖게 되는 특별한 경험을 몇 번 했거든요.


  • Q: 시인을 꿈꾼 수학자. 언뜻 연결이 안 됩니다.
A: 알고 보면 공통점이 많아요. 시는 어떻게 보면 모순적인 표현 양식입니다. 표현하기 어려운 것을 언어로 소통하려는 시도니까요. 그래서 시적 모호성이 생기죠. 수학은 땅으로 끌어내리기 어려운 추상적 개념을 수와 논리로 표현해 공유하는 거고요. 둘 다 대상을 고도로 함축해 강력한 상징을 만들죠.


  • Q: 어릴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습니까?
A: 전혀요. 사립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적응 못 해 동네 초등학교로 전학했어요. 고등학교 땐 시 쓴다고 학교를 관뒀어요. 학교 다닐 시간에 시 쓰면 금방 등단할 줄 알았죠. 중2병도 아니고 고1병을 심하게 앓았어요. 결론은 허송세월. 학교 안 가고 매일 교문 앞에서 하교하는 친구들 기다렸다가 PC방에 갔답니다.


  • Q: 수학의 세계는 광범위하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수학은 계산과 같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A: 수학이라는 세계의 언어를 일단 구축하기 위해 초중고 과정에서 계산 훈련을 집중적으로 시키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으려면 먼저 알파벳부터 배워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죠. 아이러니한 건 국적이 다양한 학생을 가르쳐 보니 그렇게 수학 공부를 많이 하는 한국 학생들이 뜻밖에 수학을 접한 정도가 낮았습니다. 톱 레벨 대학에 온 미국 학생들은 대학 수준 수학을 이미 다 공부하고 온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수학 스트레스는 한국 학생이 심해요. 입시 수학의 병폐죠.


  • Q: 수학의 매력이 뭘까요?
A: 정치나 다른 분야에선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나눠도 서로 소통이 안 되면 내가 사는 섬과 상대가 사는 섬의 거리를 좁힐 수 없어요. 수학은 답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과 방향은 사람마다 달라도 도달하는 정답은 하나예요. 내 의견을 설득하려고 언성 높일 필요도 없고요. 충분히 시간만 있으면 서로 한 치 어긋남 없이 완벽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요즘처럼 의견 대립하다가 지치면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어물쩍 결론 내려버리는 세상에선 더 의미가 있죠.

서울대학교 졸업식 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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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80년을 건강하게 산다고 생각하면, 약 30,000일을 사는 셈인데 우리 직관이 다루기에는 제법 큰 수입니다. 저는 대략 그 절반을 지나 보냈고, 여러분 대부분은 약 3분의 1을 지나 보냈습니다. 혹시 그중 며칠을 기억하고 있는지 세어본 적 있으신가요? 쉼없이 들이쉬고 내쉬는 우리가 오랫동안 잡고 있을 날들은, 30,000의 아주 일부입니다. 먼 옛날의 '나'와, 지금 여기의 '나'와, 먼 훗날의 '나'라는 3명의 완벽히 낯선 사람들을 이런 날들이 엉성하게 이어주고 있습니다. 마무리 짓고 새로 시작하는 오늘 졸업식이, 그런 날 중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하루를 여러분과 공유할 수 있어서 무척 기쁩니다.


  • 제 대학생활은 잘 포장해서 이야기해도 길 잃음의 연속이었습니다. 똑똑하고, 건강하고, 성실하기까지 한 주위 수많은 친구를 보면서 "나 같은 사람은 뭘 하며 살아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잘 쉬고 돌아오라던 어느 은사님의 말씀이 듬성듬성해진 성적표 위에서 아직도 저를 쳐다보고 있는 듯 합니다. 지금 듣고 계신 분들도 정도의 차이와 방향의 다름이 있을지언정, 지난 몇 년간 본질적으로 비슷한 과정을 거쳤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제 더 큰 도전, 불확실하고 불투명하고 끝은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 매일의 반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힘들 수도 있고, 생각만큼 힘들 수도 있습니다.


  • 수학은 무모순이 용납하는 어떤 정의도 허락합니다. 수학자들 주요 업무가 그중 무엇을 쓸지 선택하는 것인데, 언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가능한 여러가지 약속 중 무엇이 가장 아름다운 구조를 끌어내는 지가 그 가치의 잣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