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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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록[편집]

  • 그의 앞에는, 과 함께 갈리어 도 세 갈래로 나 있었으나, 화갯골 쪽엔 처음부터 등을 지고 있었고, 동남으로 난길은 하동, 서남으로 난 길이 구례, 작년 이맘 때도 지나 그려가 울음 섞인 하직을 남기고 체장수 영감과 함께 넘어간 산모퉁이 고갯질은 퍼붓는 햇빛 속에 지금도 하동 장터 위를 굽이돌아 구례 쪽을 향했으나, 성기는 한참 뒤 몸을 돌렸다. 그리하여 그의 발은 구례 쪽을 등지고 해동 쪽을 향해 천천히 옮겨졌다.
    • 〈역마〉
  • “아, 내 조상께서도 모르고 지낸 윗대 조상을 근일에 와서 상고했구랴.”
    이런 엉뚱한 소리를 하였다.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 어리둥절해 있노라니,
    “왜 그루, 어디 편찮우?”
    한다. 괜찮으니 얼른 마저 이야기하라고 하니,
    “아, 이런 수가…… 온, 내 조상이 대체 신라 적 화랑이구랴!”
    하고 혼자 감개해서 못 견디는 모양이었다. 그건 또 어떻게 알아냈냐고 한즉, 근일에 여러 가지 서적을 상고하던 중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이라 하였다.
    • 〈화랑의 후예〉
  • 모화는 넋대를 따라 점점 깊은 물 속으로 들어갔다. 옷이 물에 젖어 한 자락 몸에 휘감기고, 한 자락 물에 떠서 나부꼈다. 검은 물은 그녀의 허리를 잠그고, 가슴을 잠그고 점점 부풀어 오른다……. 그녀는 차츰 목소리가 멀어지며 넋두리도 허황해지기 시작했다.
    • 〈무녀도〉